본 논문은 17-18세기 조선시대 유학자들이 많이 그렸던 ‘도설(圖說)’에 대한 연구로, 용애(龍崖) 신응태(申應泰)와 병와(甁窩) 이형상(李衡祥)이 그린 「혈구도」(絜矩圖)를 연구하였다.
「혈구도」는 혈구지도(絜矩之道)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도식화하여 그림으로 나타낸 것으로, 도상(圖像)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거나 생략한다.
혈구지도는 조선 유학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주제였는데, 왜 「혈구도」를 그린 것일까? 이 의문에서 시작된 본 연구는 신응태·이형상 「혈구도」의 제작 동기와 「혈구도」의 내용, 그리고 의미를 분석하여, 혈구지도에 대한 두 학자의 사상과 조선 유학 도설의 가치 및 의의를 밝히고자 하였다. 연구는 도상학적 방법으로 진행하였고, 저자의 생애, 철학, 학문적 견해는 보조 자료로 활용하였다.
분석 결과, 신응태와 이형상이 「혈구도」를 제작한 배경에는 당시의 사회 현실과 혈구지도에 대한 두 학자의 사상이 관련되어 있었다. 신응태는 혈구지도의 핵심을 ‘정심(正心)’으로 보았고, 이형상은 지도자의 ‘덕(德)’과 ‘재’(財·경제적 안정)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을 「혈구도」를 통해 표현하였다.
또, 신응태는 혈구에 대한 근본적인 설명과 함께 혈구지도로써 平天下를 이루는 ‘원리’를 주된 내용으로 그렸으며, 이형상은 혈구지도의 ‘실천성’을 중점적으로 그렸다. 이로써 두 학자의 당시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과 혈구지도에 대한 견해의 차이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연구를 통해서 ‘도설’이란 시대적 배경과 작자의 사상이 상호작용한 결과물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도설은 조선 유학의 특징 중 하나이다. 앞으로 도설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져 조선 유학자들의 사상을 밝히고, 나아가 중국과 조선의 도설에 대한 비교 연구로 확대되기를 기대한다.